100년만에 독립한 조국 품에 안긴 황기환 지사, 대전현충원 영면

민항기로 인천공항으로 봉환…국립대전현충원서 봉환·안장식

황기환 애국지사 기리는 국가보훈처장
황기환 애국지사 기리는 국가보훈처장

이주형 기자 = 10일 오후 2시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황기환 애국지사의 봉환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봉환사를 하고 있다. 2023.4.10

하채림 이주형 기자 =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관으로서 유럽과 미국에서 국권 회복 활동을 펼치다가 미국 땅에 묻힌 황기환 지사의 유해가 순국 100년 만에 고국 땅을 밟고 영면에 들었다.

황기환 지사의 유해는 뉴욕에서 출발해 10일 오전 9시 대한항공 KE 086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 박민식 보훈처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찬 우당교육문화재단 이사장, 김구 선생의 후손인 김미 백범김구재단 이사장, 윤봉길 의사의 후손인 윤주경 국회의원,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김을동 전 국회의원, 안중근 의사 가문의 후손인 안기영 선생, 임시의정원 의장 손정도 목사의 후손인 손명원 선생, 독립유공자 윌리엄 린튼의 후손인 인요한 보훈정책자문위원장도 영접에 함께했다.

영접은 국기에 경례, 유해 하기(下機), 운구, 분향, 건국훈장 헌정 순으로 진행됐다. 황기환 지사는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봅시다'(see you again)라는 슬로건으로 엄수된 봉환식은 이날 오후 2시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에서 거행됐다.

슬로건은 황 지사의 일대기를 그린 TV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명대사를 차용,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을 지사의 소망과 국민의 염원을 담았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과 독립유공자, 광복회 회원, 대전지역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봉환식은 국민의례, 공적 소개 영상 상영, 영현 운구, 헌화 및 분향, 봉환사, 추모 공연, 조총 발사 및 묵념 순으로 약 30분간 진행됐다.

국가보훈처는 후손이 없어 무적(無籍)으로 남아있던 황기환 지사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 헌정하기도 했다.

황 지사의 유해는 이후 독립유공자 제7묘역으로 봉송돼 안장됐다.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운구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운구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주기장에서 열린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영접 행사에서 국방부 의장대가 유해를 운구하고 있다. 2023.4.10 [공항사진기자단]

박 처장은 봉환사를 통해 "'우리가 피 흘려 싸우는 것은 한국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라고 말씀한 지사님은 민족의 독립 의지를 국제무대에 당당히 밝히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성원을 끌어내기 위해 인생을 바친 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3년부터 유해 봉환을 추진하며 그동안 미국 법원 소송제기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 힘입어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자나 깨나 그리시던 독립된 조국의 품에서 부디 편히 쉬시라"고 덧붙였다.

국외에서 국권 회복 활동에 헌신한 선생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 캐릭터에 영감을 준 독립운동가로 널리 알려졌다.

1886년 4월 4일 평남 순천에서 태어난 선생은 19세가 되던 1904년 증기선을 타고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입항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1918년 5월 18일 미군에 자원입대해 참전했다.

종전 후 유럽에 남은 선생은 1919년 6월 파리로 이동해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개최되는 평화회의에 참석하고자 파리에 온 김규식을 도와 대표단 사무를 협조하고 임시정부의 파리위원부 서기장으로 임명돼 독립 선전 활동을 벌였다.

1921년 미국에서 워싱턴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전 세계에 식민지 현실을 알리고자 미국으로 장소를 옮겨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조국으로 돌아오는 유진 초이' 황기환 지사 유해봉환 알리는 현수막
'조국으로 돌아오는 유진 초이' 황기환 지사 유해봉환 알리는 현수막

김주형 기자 =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로 묘사된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봉환을 알리는 현수막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에 걸려있다. 2023.4.7

선생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위원으로 조국의 독립과 해외 거주 한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오다 1923년 4월 17일 미국 뉴욕에서 심장병으로 순국해 마운트 올리벳 묘지에 묻혔다.

정부는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황 지사의 묘소는 순국하고 85년이 지난 2008년 뉴욕 한인교회 장철우 목사에 의해 발견돼 알려졌다.

보훈처는 현지 법원에 파묘 승인 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묘지 측을 설득해 순국 100년에 맞춰 황 지사를 국내로 모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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