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空·정보 장악력 검증"…中 '대만포위' 훈련은 실전리허설

작년 펠로시 대만방문 때는 '봉쇄' 리허설, 이번엔 교전능력 점검

중국 중앙TV가 8일 공개한 중국군 훈련모습
중국 중앙TV가 8일 공개한 중국군 훈련모습

(AP. CCTV 캡처)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에 대한 '반격'으로 8일 시작한 '무력시위'는 점점 실전화하는 중국의 훈련 양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사흘간 실시하는 훈련의 첫날 양상은 일단 군용기 71대와 군함 9대를 대만 주변에 출동시킨 '규모' 면에서 역대 손꼽힐 정도였지만 실탄 사격이나 대만에 대한 초근접 훈련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은 자제한 점이 눈에 띄었다.

훈련 주체인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 남부, 대만 동쪽 해·공역에서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이날 발표하고 곧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군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한 훈련 구역을 공개하면서 연합 해상·공중 훈련과 함께 실탄 사격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시행했지만 이번 대만방문 때는 동부전구 발표에 '실탄사격' 언급은 없었다.

중국 푸젠성 해사국이 오는 10일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 떨어진 핑탄현 앞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7일 발표한 것이 이번 훈련의 일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작년 펠로시의 대만 방문 때 중국의 무력시위와 비교하면 예고에서부터 강도가 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훈련의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동부전구는 훈련 장면을 담은 영상의 자막을 통해 "오늘(8일)의 훈련은 연합 작전 체계의 지지 하에서, 제해권, 제공권, 정보통제권 등의 장악 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했다"며 "임무를 맡은 부대는 대만 주위에서 전투 대비 순찰을 동시에 조직해 대만을 전방위 포위하는 억지 태세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군 장사정 로켓포, 해군 구축 호위함과 미사일 쾌속정, 공군 전투기, 폭격기, 전자전기, 공중급유기, 로켓 부대 등이 동원된 사실을 공개했다. 또 해안·해상·공중의 사이버전 대항 능력을 동원한 전자 정찰과 교란 등 지원 활동과 함께 대잠 훈련도 이뤄졌다고 동부전구는 전했다.

제공권 탈취 훈련에서는 공군 J-16, J-10C 등 전투기들이 실탄을 장착한 채 조기경보기, 교란기, 급유기 등의 지원 하에 대만방문 때는 중거리 및 원거리 공중전 훈련을 했고, 재래식 미사일 여단은 모의 타격을 시행했다.

중국 군사과학원의 자오샤오줘 연구원은 관영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이번 훈련이 군대의 모든 요소가 참여한 전군·전 병종의 연합 훈련이었으며, 모든 무기가 실탄을 장전하고, 순찰용 함정의 경우 레이더를 켜는 등 실전 지향적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훈련이 제공권, 제해권 뿐 아니라 '정보망 장악' 역량을 점검한 것의 의미가 컸다고 소개했다. 정보망 장악의 목적에 대해 "자신의 통신 및 연결 능력은 보호하면서 상대의 그것들은 박탈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대만군의 모든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방어 기지를 전자기적으로 제압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펠로시 당시 의장의 대만 방문 후 중국이 행한 훈련은 지룽항, 가오슝항, 화롄항 등 대만의 중요 항구와 항행로를 장악하면서 대만 해·공역에 대한 준(準)봉쇄 구도를 형성함으로써 보급로를 차단하고, 대만을 고립시키는 연습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이번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만 공격 상황을 상정한 실전 리허설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당 대회 등 계기에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옵션을 결코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는데, 중국군은 각종 무력시위 계기 때마다 단순한 '세 과시'를 넘어선 구체적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중앙TV가 8일 공개한 중국군 해상훈련 모습
중국 중앙TV가 8일 공개한 중국군 해상훈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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