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소소하지만 꾸준한 마음 씀씀이" 제주도 존셈봉사회

2007년 5월 제주도청 공무원 모여 창단…봉사에 나눔, 기부까지

강은숙 회장 "한 명, 한 명의 예쁜 마음 씀씀이가 퍼져나가길"

백나용 기자 = "'소소하지만, 꾸준한 마음 씀씀이'. 제주어로는 '존셈'이라고 해요."

지난 6일 오후 제주시 영평동 양지공원에서 만난 강은숙(50) 존셈봉사회 회장에게 봉사회 이름 뜻을 물어보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활짝 웃는 강은숙씨
활짝 웃는 강은숙씨

백나용 기자 = 16년간 존셈봉사회 회장을 맡아온 강은숙씨가 지난 6일 제주시 영평동 양지공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3.4.9 dragon.

존셈봉사회는 2007년 5월 제주도청 공무원 29명이 마음을 모아 창단한 봉사동호회다. 현재는 90명 넘는 회원이 함께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992년부터 31년간 제주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는 강 회장은 창단부터 현재까지 존셈봉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강 회장은 "봉사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혹은 낯설어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회원을 모집했는데, 생각 외로 많은 동료가 함께 해줬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어렸을 적 부녀회 활동을 하는 어머니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도 손님 대접에는 항상 넉넉했던 외조부모와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눔을 익혔다고 했다.

그는 "엄마와 외조부모뿐 아니라 자라면서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나눔을 접했다"며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급식을 시작했는데 아는 어른 중 한 분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친구와 결연을 맺어 매달 5천원씩 후원해 줬다"고 전했다.

그는 "나중에 돈을 벌면 나 역시 당연히 그래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1만 원의 후원을 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군가에겐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나눔이 그에겐 특별한 것이 아니었던 이유다.

존셈봉사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매주 첫째·둘째·셋째 주 토요일이면 제주양로원과 아가의 집, 미타요양원으로 봉사를 나갔다.

김장김치 담그는 존셈봉사회
김장김치 담그는 존셈봉사회

[존셈봉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19 사태로 지정 기관 방문 봉사활동이 녹록지 않자 존셈봉사회는 면 마스크 100장을 직접 하나하나 바느질해 만들어 기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봉사활동에 변화를 줬다.

존셈봉사회는 특히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강 회장은 "회원들 모두 '어르신들이 계셨기에 우리가 있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어르신들의 삶을 본받으면서 앞으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다짐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창립일이 있는 매월 5월이면 어르신들을 초청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공연팀을 섭외해 어울림마당을 펼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014년 6월에는 일본 오사카의 재일제주인 1세대가 있는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해 어려운 삶 속에서도 고향 사랑을 실천해 온 어르신들께 음식을 대접하고 말벗을 해드리는 등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존셈봉사회는 손재주도 일품이라 매년 김장 김치를 담가 푸드마켓에 전달하고 있다. 또 고추장과 양파장아찌, 빵을 만들어 주변 어려운 이웃에 배달하기도 한다.

제주 국제트레일러닝 등 스포츠 경기에 자원봉사자로 나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거나 제주4·3 당시 난데없이 날아든 군경 토벌대 총격에 아래턱을 잃은 무명천 할머니 생가 지킴이 활동을 하며 제주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존셈봉사회만의 특색있는 기부도 눈에 띈다.

제주 국제트레일러닝 행사에서 봉사활동하는 존셈봉사회
제주 국제트레일러닝 행사에서 봉사활동하는 존셈봉사회

[존셈봉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 회장은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아 1년마다 기부하고 있다.

강 회장을 보고 다른 회원들도 1년간 빵빵하게 돼지저금통을 키워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상품권 나눔도 이뤄진다.

제주는 경조사 때 부조금을 내면 답례로 상품권을 준다. 공무원이 모인 동호회인 만큼 부조하는 횟수도 많고, 자연히 답례품인 상품권을 받는 횟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을 포함한 회원들은 매년 이 상품권을 모아 제주도아동전문보호기관 등에 전달한다.

매년 기부하는 상품권 액수만 1명 당 70만∼90만원이나 된다.

강 회장은 "운전을 하다보면 양보를 할까, 말까 고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10번 중 9번은 양보한다"며 "내가 양보하면 그 마음을 상대방이 알고, 상대방도 양보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봉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명이지만, 또 다른 한명,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이 하다 보면 널리 널리 그 예쁜 마음 씀씀이가 퍼져나가지 않을까 한다"며 "봉사란 거창한 것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중요하다"며 웃어 보였다.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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