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와 베르디가 만난 대작 '맥베스' 이달 공연

국립오페라단, 27~30일 예술의전당서 오페라 '맥베스' 4회 공연

인물들 운명 묘사한 독특한 무대와 의상 등 볼거리도 화려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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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래 기자 = 국내에서 쉽게 실황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맥베스'가 이달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팬들을 만난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27~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멕베스'를 모두 네 차례 공연한다고 3일 밝혔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탄탄한 원작에 베르디의 치밀한 음악 구성이 더해진 걸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열 차례가 넘는 장면전환과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음악, 오페라 소재로는 예외적으로 러브스토리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대 공연이 쉽지 않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런 단점들을 보완해 이번에 2007년 초연 이후 16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계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연출가와 지휘자가 손잡는 게 먼저 눈에 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와 2016년 '오를란도 핀토 파초'를 연출해 국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탈리아의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체레사는 2016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에서 영디렉터 상을 받는 등 촉망받는 젊은 연출가로 급부상했다.

지휘자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코벤트 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등 세계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은 이브 아벨이 '맥베스'로 국립오페라단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

이번 '맥베스' 공연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이브 아벨은 "'맥베스'의 인물들은 복잡하고 단순히 흑백으로 나뉠 수 없는 인물로, 베르디는 각 인물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냈다"며 "이런 걸작 오페라에 지휘자로 함께 일하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무대와 의상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에서 무대 전환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하나의 세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상징적으로 꾸밀 계획이다. 무대미술을 맡은 티치아노 산티는 눈(眼) 모양의 터널로 인물들의 비극적 운명을 묘사한다.

또 작품이 절정에 다다를수록 붉게 물들어가는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의상을 통해 이들 간의 연결성과 파국으로 치닫는 인간의 운명까지 폭넓게 시각화할 계획이다. 의상 디자인을 맡은 주세페 팔렐라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과 야욕을 뜻하는 황금색이 점차 가득 차오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감정을 의상으로 표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오페라 '맥베스' 무대
오페라 '맥베스' 무대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악가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성악적 기량은 물론 연기력도 겸비한 오페라 가수들을 한데 불러 모았다.

맥베스 역에는 바리톤 양준모와 이승왕이 캐스팅됐다. 양준모는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할 당시 2011년과 2015년에 걸쳐 독일 무대에서 맥베스 역할을 맡아 주목받았다. 이승왕은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아틸라'에서 에치오 역을 맡아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보여준 바 있다.

레이디 맥베스 역에는 2015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에서 '나비부인', '토스카' 등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소프라노 임세경과 유럽에서 주목받는 신예 소프라노 에리카 그리말디가 무대에 오른다.

방코 역을 맡은 베이스 박종민은 지난해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과 헝가리 부다페스트 극장에서 호연을 보여준 데 이어 이번 '맥베스'를 통해 전막 오페라로는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선다.

오페라 '맥베스'는 29일 오후 세 시에는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다.

'맥베스'는 국립오페라단이 이탈리아 자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탄생 210주년을 맞아 준비한 '비바 베르디! 비바 오페라!' 시리즈의 첫 무대다.

맥베스 이후에는 '일 트로바토레'(6월 22~25일), '라 트라비아타'(9월 21~24일), '나부코'(11월 30일~12월 3일)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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