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여자' 감독 "영상언어로 만든 연극…새로운 재미 줄 것"

원작 연극 스크린으로 옮겨…"팬데믹 시기 연극계 위기 보고 영화화 결정"

봉준호 감독 '스테이지 시네마' 개념 제안하며 극찬하기도

최종태 감독
최종태 감독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정진 기자 = "언젠가부터 영화가 규격화됐다고 해야 하나요. 투자사 쪽에서 새로운 시도를 원치 않아 하니까요. 용기는 내봤는데 결과는 모르죠. (웃음)"

내달 5일 개봉을 앞둔 '불멸의 여자'는 스크린을 통해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시작부터 텅 빈 무대를 비춘다. 대부분 영화가 현실을 모방하기 위해 애쓰는 것과 달리 리얼리티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파격을 택한 것이다.

연출을 맡은 최종태 감독과 과거 동아리 '노란문'에서 함께 활동했던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을 극찬하며 '스테이지 시네마'라는 새로운 장르 이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최 감독은 "실제 연극 무대를 영화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카메라, 조명, 음악 등 다양한 영화적 언어를 융합했다는 점에서 새롭다"고 설명했다.

"연극의 영상화 시도는 이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연극을 단순히 영상으로 담는 수준에 그쳤잖아요. 재미가 없는 거죠. '불멸의 여자'는 카메라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연출자의 해석이 들어가요. 영상 언어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다르죠."

영화 '불멸의 여자'
영화 '불멸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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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라이 대디'(2006), '해로'(2011), '저 산 너머'(2019), '사제로부터 온 편지'(2021)의 연출 경험에 대학 시절 연극 연출에 뛰어들었던 경험이 더해져 이번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

'불멸의 여자'는 화장품 매장에 찾아와 무리하게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 정란(윤가현 분)을 상대해야 하는 판매 사원 희경(이음 분)의 이야기다. '진상 고객' 정란이 완전한 악역으로 그려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야기의 틀을 원작에서 가져왔다.

3년 전 원작을 처음 접했다는 최 감독은 "점점 갈등의 폭이 넓어지는데 몰입감도 있고 너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기 연극계가 크게 기울어지는 것을 보며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영화 '불멸의 여자'
영화 '불멸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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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만 해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니 연극계가 완전 전멸이더라고요. 이러다 연극이란 장르가 없어지겠다 싶었죠. 영화계도 힘들었지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있으니 스태프들이 일할 곳은 있었거든요. 연극도 OTT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돌파구가 나오면 연극계도 다시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원작자인 최원석 씨에게 (영화화를) 제안했습니다."

최 감독은 당시 주변에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저만의 확신이 있었기에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영화를 하다 보니까 관객이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지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갈등 구조가 크니까 촬영 기법이나 음악을 조금만 심어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관객을 영화관에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가 걱정이었지 일단 (상영관에) 앉으면 몰입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종태 감독
최종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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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이번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직접 대출까지 받아 가며 제작비를 충당했다. 그는 추운 겨울 경기도 부천의 한 극장을 일주일간 빌려 촬영을 진행했는데, 소음 때문에 히터도 틀지 못한 채 촬영하느라 배우들이 특히 고생했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또 자신을 포함한 스태프도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촬영 시간 내내 1분도 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간과의 싸움이었어요. 하루에 찍어야 할 분량이 어마어마했거든요. 촬영하면서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장면을 바로바로 삭제하고 콘티 전체를 들어내고…. 고민이 정말 많았죠."

최 감독은 영화가 완성된 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이들에게 이례적인 찬사를 받으며 더욱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작도 모두 특별하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20대인 우리 딸과 친구들부터 제 주위 사람들까지 모두가 좋아해서 더 보람을 느꼈어요."

그는 "완전히 새로운 재미를 보장한다"며 "관객 여러분도 봉준호 감독을 믿고 일단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객이 외면하면 이런 새로운 시도는 더는 할 수 없어요. 이번 작품이 꼭 성과를 내서 제2의, 제3의 새로운 영화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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