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대표후보 사퇴…"새 CEO 선출이 바람직"

與사퇴 요구·檢내사·주요주주 반대표 시사 등 삼중고에 내정 20일만에 낙마

내일 이사회서 사후 대응책 논의…31일 정기주총 열리지만 사내이사 모두 백지화

윤경림 KT 대표후보 사퇴…"새 CEO 선출이 바람직"(종합) - 1

임은진 기자 = 윤경림 KT[030200]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27일 후보직을 공식 사퇴했다.

후보로 내정된 지 20일 만이자 사의를 표명한 지 닷새 만이다.

윤 후보는 이날 이런 의사를 이사회에 재확인하고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KT 측이 전했다.

KT는 "윤 후보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KT는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의안에서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제외한다고 공시하는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윤 후보 사퇴가 확정되면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으로 폐기된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22일 이사진과 조찬 간담회에서 조직의 안정을 위해 많이 고민했다며 사의를 밝혔지만, 사내외 이사들의 강한 만류로 숙고를 거듭해오다 결국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윤 후보의 전격 사퇴에 여권을 중심으로 한 사퇴 요구와 검찰의 수사 압박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KT 이사회로부터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됐지만, 국민의힘 소속 국회 주무 상임위원들을 비롯한 여권은 구현모 현 대표와 윤 후보를 비롯한 KT 현직 사내외 이사진을 '이익 카르텔'이라고 주장하며 차기 경영진 후보 인선안에 반대해왔다.

특히 여권은 윤 후보 실명을 거론하며 배임 의혹이 제기된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주장하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 구성 요청,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불참, 자사주로 다른 회사와 상호주 취득 시 주총 승인을 요구하는 정관 변경안 수용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려 안간힘을 썼다.

특히 윤 후보를 비롯한 KT 이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캠프에서 경제특보를 맡은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윤 대통령 충암고 동문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 후보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들이 모두 사퇴하면서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여기에 윤 후보가 과거 현대차[005380] 임원 시절 구현모 대표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투자 결정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의 내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

여기에 더해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윤 후보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연금은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 초기부터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해 주총에서 윤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간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마저 KT에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 같은 주요 이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윤 후보는 결국 거취를 고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3대 주주인 신한은행도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의사에 반대하기는 어려워 비슷한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1∼3대 주주 지분을 더하면 약 23%이지만, 다른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윤 후보가 사퇴하면서 이사진도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윤 후보 사퇴에 따른 사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에서는 윤 후보 사퇴에 따라 주총 이후 누가 대표이사 직무 대리를 할지를 논의할 전망이다. 직무 대리는 직제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조기 경영 안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는 윤 후보에게 사퇴 배경을 직접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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