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표 공격 축구' 엿본 데뷔전…핵심은 '자유로운 손흥민'

월드컵 주축 멤버 유지해 콜롬비아 상대…전반 두 골 앞섰으나 후반 2실점

손흥민과 클린스만 감독
손흥민과 클린스만 감독

신현우 기자 = 2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후반전 손흥민과 클린스만 감독이 대화하고 있다. 2023.3.24

최송아 기자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선장이 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부임하며 공언한 '공격 축구'의 예고편을 데뷔전에서 선보였으나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2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데뷔전을 치러 2-2로 비겼다.

선수 시절 독일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말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이달 초 입국 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고, 경기로는 이날 첫선을 보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지휘한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게 된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첫 A매치 2연전을 앞두고는 많은 준비 기간을 갖진 못했다.

입국 닷새 만인 13일 발표된 '1기 클린스만호'에는 월드컵 멤버가 대부분 유지됐다.

윤종규(서울), 홍철(대구)을 제외하고 월드컵 출전 선수들이 모두 '1기 클린스만호'에 이름을 올렸고, 월드컵 최종 엔트리엔 들지 못했으나 '예비 멤버'로 카타르에 동행한 오현규(셀틱), K리그1 수원 삼성의 베테랑 풀백 이기제가 가세했다.

명단 발표 이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부상으로 소집이 불발되긴 했으나 월드컵 멤버 위주의 팀이었다.

데뷔전 마친 클린스만 감독
데뷔전 마친 클린스만 감독

김도훈 기자 = 2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을 2-2 무승부로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환한 표정으로 네스토르 로렌소 감독과 대화하고 있다. 2023.3.24

20일 첫 소집 이후 유럽파 선수들이 서서히 가세하며 경기 이틀 전인 22일에야 '완전체'로 훈련할 수 있었던 터라 선발도 큰 틀에선 월드컵 때의 면면이 유지됐다.

조규성(전북)을 공격 선봉에 세웠고, 손흥민이 조규성 아래에 섰다. 양 측면엔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이재성(마인츠)이 배치됐다.

중원에서는 정우영(알사드)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호흡을 맞췄고, 포백 수비진은 김진수(전북), 김영권(울산), 김민재(나폴리), 김태환(울산)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김승규(알샤바브)가 지켰다.

대표팀의 직전 경기이자 벤투 감독이 이끈 마지막 경기인 브라질과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선발과 비교하면 오른쪽 풀백이 김문환(전북)에서 김태환으로 바뀌고, 황희찬 대신 프라이부르크 정우영이 들어온 정도가 변화였다.

정우영은 월드컵 다른 경기 때 선발로 나선 적이 있고, 김태환도 벤투 감독 체제에서 심심찮게 경기에 나섰던 선수다.

사실상 '벤투호'가 이어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라인업이었고, 벤투호에 이어 클린스만호에서도 주장으로 신임을 얻은 손흥민의 움직임이 전반 두 골 차 리드를 만들어냈다.

돌파하는 손흥민
돌파하는 손흥민

김도훈 기자 = 2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23.3.24

손흥민은 최전방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그라운드 곳곳을 다니며 공격을 이끌었다. 조규성이 전방에서 버텨주며 압박과 연계에 힘쓰는 사이 부지런히 기회를 만들며 한국이 전반을 주도하는 데 앞장섰다.

손흥민은 경기 시작 10분 만에 상대 수비의 패스 실수를 틈타 공을 잡은 뒤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로 감아 차 골문을 열며 클린스만호 '1호 골'의 주인공이 됐고, 전반 추가 시간에는 예리한 프리킥으로 한 골을 보태 문수경기장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벤투호의 황태자'로 불렸던 황인범이 왕성한 활동량과 함께 방향을 가리지 않는 긴 패스로 활로를 여는 모습도 돋보였다. 이때 조규성을 비롯한 공격진이 쇄도와 침투를 시도하는 식으로 여러 차례 공격이 전개됐다.

대표팀은 빠른 템포 속에서도 조직력을 유지해 상대 빌드업조차 쉽지 않게 만들며 완벽한 전반전을 보냈으나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두 골을 내준 수비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운 실점
아쉬운 실점

신현우 기자 = 2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콜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두 번째 실점 후 김민재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3.3.24

교통체증을 고려하지 않은 이동으로 늦게 경기장에 도착해 시작을 지연시키고 그라운드에선 우리 선수들과 거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 콜롬비아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오른쪽 측면을 여러 차례 두드리더니 5분 만에 균형을 이뤘다.

이후에도 실점까지 이어지진 않았으나 같은 쪽에서 거듭 수비에서 허점을 노출해 가슴을 쓸어내릴 뻔한 장면이 나와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남았다.

2-2 동점이 된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과 '작은' 정우영 대신 오현규와 이강인(마요르카), 나상호(서울), 손준호(산둥 타이산)를 교체 선수로 활용했으나 다시 앞서가는 득점으로 이어지진 못해 그대로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첫 경기에서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발견한 클린스만호가 28일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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