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JP모건·씨티·BoA, 직원들에게 "타은행 위기 악용 안 돼"

"SVB 사태 이후 '취약한 은행'서 예금 646조 유출"

임상수 기자 = 최근 미국 중소은행들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 등 불안이 확산하자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들이 시장 안정을 위해 직원들에게 "다른 은행의 위기를 악용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지난 13일 전 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위기나 불확실한 상황을 "이용하는 모습을 결코 보여서는 안 된다"며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은행의 개인·기업금융 부서 경영진도 같은 날 직원들에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금융기관 고객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씨티그룹도 다른 은행이나 시장의 풍문에 대해 추측하지 말고 고객과 상담할 때 다른 은행의 상황 등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간부들에게 지침을 내렸다.

BoA 경영진도 곤경에 처한 금융회사의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활동은 물론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떤 행위도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웰스파고의 소비자·소기업 담당 최고경영자(CEO) 메리 맥도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현재 상황을 이용해 타 기관의 손상을 초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중소은행들의 위기 속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예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은행으로 이동하면서 금융시스템을 뒤흔든 이 같은 신뢰 상실이 대대적인 금융 패닉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등 당국자들이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 금융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잇따라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JP모건의 전략가 니콜라오스 파니거초글루는 보고서에서 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등 금융 불안으로 이달 들어서 '가장 취약한' 은행들에서 5천억 달러(약 646조원) 규모의 예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어 지난해부터 유출된 예금 규모가 모두 1조 달러(약 1천289조원)에 달한다고 밝혔으나, 가장 취약한 은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JP모건 대변인은 "우리는 모두 미국 금융시스템을 강력하고 번성하도록 유지하는 데 확고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다양한 규모의 금융기관 수천 곳이 미국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해 전 세계가 부러워한다"고 강조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입구
미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입구

김태종 특파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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