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스케 전 음악감독 "서울시향은 이미 세계적인 교향악단"

골반·어깨 부서진 중상에서 회복해 이달 네 차례 공연

"전용콘서트홀 생기면 엄청난 발전할 것…윤이상 녹음,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

[서울시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용래 기자 = "서울시향은 이미 세계적인 교향악단입니다. 우린 함께 매우 열심히 일해왔고 제가 원하는 소리에 점점 더 가까워졌지요. 앞으로도 서울시향 단원들을 많이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립교향악단 전 음악감독이 오는 24~25일과 30~31일 서울에서 네 차례의 공연을 통해 임기 중 시작한 시벨리우스 사이클의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서울시향 객원지휘자 자격으로 자신의 주특기인 시벨리우스의 곡들로 국내 팬들을 다시 만나는 그는 22일 한국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서울시향이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 보완할 점이 있냐는 질문에 "이미 세계적인 교향악단"이라고 답했다.

벤스케 전 감독은 "서울시향 연주자들은 재능있고 기량이 뛰어나며 우리는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서울시향은 정말 훌륭한 연주자들이 있고, 세계에서 뛰어난 교향악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핀란드 출신 명장으로 꼽히는 벤스케는 정명훈 이후 공석이던 서울시향 음악감독에 발탁돼 2020년 1월부터 3년간 재직한 뒤 작년 말 임기를 마쳤다. 후임으로는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유명한 야프 판즈베던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선임됐다. 네덜란드 출신인 판즈베던은 내년 1월에 공식 취임한다.

벤스케는 서울시향의 체질을 자신이 어떻게 바꿔놓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부임 전 서울시향은 6년간 음악감독이 없었기에 당시에는 서울시향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면서 "팬데믹으로 모든 계획을 실현할 순 없었지만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앙상블로 연주하도록 한 것이 임기 중 큰 진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향은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더 좋은 교향악단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벤스케는 당초 지난 1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를 지휘할 예정이었으나 핀란드에서 낙상 사고로 수술을 하는 바람에 지휘자가 야프 판즈베던 차기 음악감독으로 교체된 바 있다.

골반과 어깨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던 벤스케는 "부상이 심해서 침대에 오래 누워 있었다"면서 "그래도 회복이 꽤 빠르고 서울시향과 공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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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임기 중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로는 윤이상의 음악을 녹음한 것을 꼽았다.

"윤이상의 음악은 매우 독창적입니다. 만약 한국이 그의 음악을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연주하지도 않는다면, 나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말할 거예요. 서울시향이 어려운 곡을 잘 연주해줘서 자랑스럽습니다. 윤이상을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서울시향이 향후에 전용 콘서트홀을 보유하게 되면 훨씬 더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만약 서울시향이 공연하는 장소에서도 리허설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난 발전과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케스트라가 악기이듯 공연장 또한 악기이기 때문이지요. 뉴욕필, 시카고심포니, LA필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들은 공연하는 장소에서 연습합니다. 서울시향만의 공연장을 가질 수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을 대대적으로 개축해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을 2028년까지 새롭게 조성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10월 공개한 바 있다.

벤스케는 앞으로는 "전보다 좀 더 자상한 지휘자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가 올해 일흔이 됐는데 인생의 마지막 장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면 다음 30년은 지휘자로서 음악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습니다. 연주자들을 밀어붙이는 대신 이전보다 좀 더 자상한 지휘자가 되려고 해요. 더 좋은 연주를 하도록 강요하는 대신에 그렇게 하도록 '초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서울시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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