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양곡법, 우려 포함 경청"…尹거부권 타이밍 고심할듯

일단은 신중 기류 속 '사실상 재의요구 방침' 관측

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이정훈 기자 = 2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3.3.23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 정부 부처의 검토를 거쳐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이 그간 양곡관리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만큼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사실상 재의 요구를 택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날 본회의 통과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재의 요구안을 (윤 대통령에게)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무제한 수매는 결코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섣불리 '농심'(農心)을 자극하지 않고 먼저 설득에 나서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내부적으로 거부권 방침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최종 시점을 고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사용이 된다.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약 7년 만의 거부권 행사이기도 하다.

농림부나 법제처 등의 개정안 검토 등을 거쳐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안이 의결되기까지는 2주 안팎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은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을 15일 이내에 서명·공포해야 한다.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 요구를 해야 한다.

통상 대통령은 격주로 국무회의를 진행한다. 이 경우에 다음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다음달 4일이 된다. 다만, 임시 국무회의를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거부권을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처리한 전례도 있다.

2013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김황식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택시법' 재의요구안을 서명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훨씬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재의결이 될 경우에는 해당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되고, 정부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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