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6·25 전장' 정전회담 불꽃 설전 한국어로 읽는다

전쟁기념관, 영어로만 돼 있던 정전회담회의록 번역본 첫 발간

1951년 10월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회담 모습
1951년 10월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회담 모습

[주한미군 제공]

하채림 기자 = "우리는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를 주장한다. 당신 측은 정전 기간에 균형을 깨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사실은 외국 군대의 철수와 철저한 평화에 대해 논의하기를 거부하고 있다"(제29차 군사정전회담 북한군)

"사실은 우리가 완전한 군사 정전을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전 기간에 적대행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자 한다. 반면에 당신은 정전 기간에 적대행위의 재발을 막는 상황을 조성하기를 회피하는 것 같다. 당신은 의제에 없는 외국 군대의 철수를 거론하며 주장한다"(제29차 군사정전회담 유엔군)

이는 1951년 11월 28일 제29차 군사정전회담 제3차 판문점회담의 한 대목이다.

북한군이 유엔군 철수에 몰두하는 데 대해 유엔군은 적대행위 재발을 막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데도 북한이 의제를 벗어나 외국군 철수를 주장한다며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쟁기념관은 올해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정전회담회의록 한국어 번역본을 처음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발간한 정전회담회의록 1·2권은 개성과 판문점에서 진행된 양측 대표단의 본회담 내용을 담았다.

원본은 회담 당시 유엔군이 작성하여 미국이 보관한 유일본으로, 영어로만 작성돼 정전 후 70년이 지나기까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이번 한국어 번역본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제와 주석까지 덧붙였고, 전쟁의 양상에 따라 변화하는 양측 입장을 생생하게 대본 형식으로 엮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전력 증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쟁의 장기화를 피하려고 본회담 후반부로 갈수록 공산군 측 발화 수위가 격렬해지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정전회담회의록 1·2권은 전쟁기념관 2층 6·25전쟁 아카이브센터 도서자료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한 정전회담회의록 1·2권 표지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한 정전회담회의록 1·2권 표지

[전쟁기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쟁기념관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6·25전쟁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어 번역본을 출간했다.

정전회담회의록 번역본은 앞으로 분과위원회회의록(3·4·5권)에 이어 참모장교회의록(6·7·8권)과 연락장교회의록(9·10권)까지 총 10권 시리즈로 발간된다.

전쟁기념관은 해병대 공간사 등 6·25전쟁 관련 주요 수집 자료를 계속해서 번역 발간할 예정이다.

전쟁기념관장은 "우리가 겪고 있는 남북한 군사적 대치와 북한의 위협 등 안보 불안은 정전체제에서 파생됐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에 발간된 정전회담회의록 번역본을 통해 국민이 6·25전쟁과 정전체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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